[오늘을 쓰다] 8월 21일,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던 푸르스름한 한강 아침
창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습기부터 느껴진 아침이었다. 하늘은 짙은 잿빛 구름으로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, 어제나 그제처럼 해가 얼굴을 내밀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. 강 건너 빌딩들도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모를 뿌연 공기에 윤곽만 겨우 남아 있었다. 어제까지 이어지던 맑고 화창한 날씨가 벌써 그리워지는, 그런 눅눅한 아침이었다.
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직 꺼지지 않은 가로등이었다.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강변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, 그 아래로 버스 한 대와 승용차 몇 대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지나가고 있었다. 하늘도, 강물도, 도시도 온통 푸르스름한 톤으로 가라앉아 있어서 마치 색을 잃어버린 사진 같았다. 강물은 잔잔했지만 반짝임 없이 무겁게 흐르고 있었고, 멀리 다리 하나만 희미하게 그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.
이런 날은 확실히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. 화창한 날씨가 주는 에너지가 없으니 몸도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. 그래도 습하고 흐린 날씨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. 날씨는 내가 바꿀 수 없지만, 오늘 하루를 어떻게 쓸지는 온전히 내 몫이니까. 그래서 오늘만큼은 날씨에 기분을 맡기지 말고, 힘차게 하루를 살아보자고 다짐했다.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, 저녁에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하루였다고 말할 수 있도록.
가로등 불빛 아래로 지나가는 버스를 보면서, 저 안에도 오늘 하루를 시작하러 나선 누군가가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. 날씨와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처럼, 나도 오늘 정해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야겠다.
흐리고 눅눅한 아침이었지만, 사진 한 장을 남기며 오늘의 다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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